6월은 호국보훈의 달

2024. 5. 31. 21:46포토샵

 

모윤숙,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나는 광주 산곡을 헤매이다 문득 혼자 죽어 넘어진 국군을 만났다.-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 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식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고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코스모스

접시꽃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었노라

질식하는 구름과 바람이 미쳐 날뛰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나는 숨지었노라.

동의나물꽃

내 손에는 범치 못할 총자루, 내 머리엔 깨지지 않을 철모가 씌워져

원수와 싸우기에 한 번도 비겁하지 않았노라.

그보다도 내 핏속엔 더 강한 대한의 혼이 소리쳐

나는 달리었노라. 산과 골짜기, 무덤 위와 가시숲을

이순신같이, 나폴레온같이, 시이저같이

조국의 위험을 막기 위해 밤낮으로 앞으로 앞으로 진격! 진격!

원수를 밀어 가며 싸웠노라.

나는 더 가고 싶었노라. 저 원수의 하늘까지

밀어서 밀어서 폭풍우같이 모스코바 크래물린 탑까지

밀어 가고 싶었노라.

작약
코스모스

 

내게는 어머니, 아버지, 귀여운 동생들도 있노라.

어여삐 사랑하는 소녀도 있었노라.

내 청춘은 봉오리지어 가까운 내 사람들과 함께

이 땅에 피어 살고 싶었었나니

아름다운 저 하늘에 무수히 나는 내 나라의 새들과 함께

나는 자라고 노래하고 싶어라

나는 그래서 더 용감히 사웠노라. 그러다가 죽었노라.

아무도 나의 주검을 아는 이는 없으리라.

그러나 나의 조극, 나의 사랑이여!

숨 지어 넘어진 내 얼굴의 땀방울을

지나가는 미풍이 이처럼 다정하게 씻어 주고

저 하늘의 푸른 별들이 밤새 내 외롬을 위안해 주지 않는가?

보라색 무궁화

 

나는 조국의 군복을 입은 채

골짜기 풀숲에 유쾌히 쉬노라

이제 나는 잠시 피곤한 몸을 쉬이고

저 하늘에 나는 바람을 마시게 되었노라

나는 자랑스런 내 어머니 조국을 위해 싸웠고

내 조국을위해 또한 영광스리 숨 지었으니

여기 내 몸 누운 곳 이름 모를 골짜기에

밤이슬 나리는 풀숲에 나는 아무도 모르게 우는

나이팅게일의 영원한 짝이 되었노라.

흰색 무궁화

 

바람이여! 저 이름 모를 새들이여!

그대들이 지나는 어느 길 위에서나

고생하는 내 나라의 동포를 만나거든

부디 일러 다오 나를 위해 울지 말고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고

저 가볍게 나는 봄나라 새여

혹시 네가 나는 어느 창가에서

내 사랑하는 소녀를 만나거든

나를 그리워 울지 말고 거룩한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 일러 다고

장미

 

조국이여! 동포여! 내 사랑하는 소녀여!

나는 그대들의 행복을 위해 간다.

내가 못 이룬 소원, 물리치지 못한 원수

나를 위해 내 청춘을 위해 물리쳐 다오.

 

 

물러감은 비겁하다. 항복보다 노예보다 비겁하다.

둘러싼 군사가 다아 물러가도 대한민국 국군아! 너만은

이 땅에서 싸워야 이긴다. 이 땅에서 죽어야 산다.

한 번 버린 조국은 다시 오지 않으리라, 다시 오지 않으리라

보라! 폭풍이 온다. 대한민국이여!

황색 장미

 

이리와 사자 떼가 강과 산을 넘는다.

내 사랑하는 형과 아우는 서백리아 먼 길에 유랑을 떠난다.

운명이라 이 슬픔을 모른 체 하려는가?

아니다. 운명이 아니다. 아니 운명이라도 좋다.

우리는 운명보다 강하다. 강하다.

 

이 원수의 운명을 파괴하라. 내 친구여!

그 억센 팔 다리, 그 붉은 단군의 피와 혼.

싸울 곳에 주저 말고 죽을 곳에 죽어서

숨지려는 조국의 생명을 불러 일으켜라.

조국을 위해선 이 몸 이 숨길 무덤도 내 시체를 담을

작은 관도 사양하노라.

오래지 않아 거친 바람이 내 몸을 쓸어가고

저 땅의 벌레들이 내 몸을 즐겨 뜯어가도

나는 글거이 이들과 함께 벗이 되어

행복해질 조국을 기다리며

이 골짜기 내 나랄 땅에 한 줌 흙이 되기 소원이노라.

작약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운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이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아깨의 표식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고나.

가슴에선 아직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나리꽃

 

(시집 『풍랑』, 1951)

 

 

 

[어휘풀이]

-나이팅게일 : 지빠귀과의 새로 휘파람새와 비슷함. 밤꾀꼬리

-서백리아 : 시베리아의 한자식 표기. 西伯利亞

 

 

 

모윤숙,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나는 광주 산곡을 헤매이다 문득 혼자 죽어 넘어진 국군을 만났다.-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 있는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어깨의 표식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고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나는 숨을 마치었노라

질식하는 구름과 바람이 미쳐 날뛰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나는 숨지었노라.

 

 

내 손에는 범치 못할 총자루, 내 머리엔 깨지지 않을 철모가 씌워져

원수와 싸우기에 한 번도 비겁하지 않았노라.

그보다도 내 핏속엔 더 강한 대한의 혼이 소리쳐

나는 달리었노라. 산과 골짜기, 무덤 위와 가시숲을

이순신같이, 나폴레온같이, 시이저같이

조국의 위험을 막기 위해 밤낮으로 앞으로 앞으로 진격! 진격!

원수를 밀어 가며 싸웠노라.

나는 더 가고 싶었노라. 저 원수의 하늘까지

밀어서 밀어서 폭풍우같이 모스코바 크래물린 탑까지

밀어 가고 싶었노라.

 

 

내게는 어머니, 아버지, 귀여운 동생들도 있노라.

어여삐 사랑하는 소녀도 있었노라.

내 청춘은 봉오리지어 가까운 내 사람들과 함께

이 땅에 피어 살고 싶었었나니

아름다운 저 하늘에 무수히 나는 내 나라의 새들과 함께

나는 자라고 노래하고 싶어라

나는 그래서 더 용감히 사웠노라. 그러다가 죽었노라.

아무도 나의 주검을 아는 이는 없으리라.

그러나 나의 조극, 나의 사랑이여!

숨 지어 넘어진 내 얼굴의 땀방울을

지나가는 미풍이 이처럼 다정하게 씻어 주고

저 하늘의 푸른 별들이 밤새 내 외롬을 위안해 주지 않는가?

 

 

나는 조국의 군복을 입은 채

골짜기 풀숲에 유쾌히 쉬노라

이제 나는 잠시 피곤한 몸을 쉬이고

저 하늘에 나는 바람을 마시게 되었노라

나는 자랑스런 내 어머니 조국을 위해 싸웠고

내 조국을위해 또한 영광스리 숨 지었으니

여기 내 몸 누운 곳 이름 모를 골짜기에

밤이슬 나리는 풀숲에 나는 아무도 모르게 우는

나이팅게일의 영원한 짝이 되었노라.

 

 

바람이여! 저 이름 모를 새들이여!

그대들이 지나는 어느 길 위에서나

고생하는 내 나라의 동포를 만나거든

부디 일러 다오 나를 위해 울지 말고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고

저 가볍게 나는 봄나라 새여

혹시 네가 나는 어느 창가에서

내 사랑하는 소녀를 만나거든

나를 그리워 울지 말고 거룩한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 일러 다고

 

 

조국이여! 동포여! 내 사랑하는 소녀여!

나는 그대들의 행복을 위해 간다.

내가 못 이룬 소원, 물리치지 못한 원수

나를 위해 내 청춘을 위해 물리쳐 다오.

 

 

물러감은 비겁하다. 항복보다 노예보다 비겁하다.

둘러싼 군사가 다아 물러가도 대한민국 국군아! 너만은

이 땅에서 싸워야 이긴다. 이 땅에서 죽어야 산다.

한 번 버린 조국은 다시 오지 않으리라, 다시 오지 않으리라

보라! 폭풍이 온다. 대한민국이여!

 

 

이리와 사자 떼가 강과 산을 넘는다.

내 사랑하는 형과 아우는 서백리아 먼 길에 유랑을 떠난다.

운명이라 이 슬픔을 모른 체 하려는가?

아니다. 운명이 아니다. 아니 운명이라도 좋다.

우리는 운명보다 강하다. 강하다.

 

 

이 원수의 운명을 파괴하라. 내 친구여!

그 억센 팔 다리, 그 붉은 단군의 피와 혼.

싸울 곳에 주저 말고 죽을 곳에 죽어서

숨지려는 조국의 생명을 불러 일으켜라.

조국을 위해선 이 몸 이 숨길 무덤도 내 시체를 담을

작은 관도 사양하노라.

오래지 않아 거친 바람이 내 몸을 쓸어가고

저 땅의 벌레들이 내 몸을 즐겨 뜯어가도

나는 글거이 이들과 함께 벗이 되어

행복해질 조국을 기다리며

이 골짜기 내 나랄 땅에 한 줌 흙이 되기 소원이노라.

 

 

산 옆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운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이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누른 유니폼 햇빛에 반짝이는 아깨의 표식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고나.

가슴에선 아직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하며

나는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시집 『풍랑』, 1951)

 

[어휘풀이]

-나이팅게일 : 지빠귀과의 새로 휘파람새와 비슷함. 밤꾀꼬리

-서백리아 : 시베리아의 한자식 표기. 西伯利亞

 

 

[작품해설]

일찍이 『시원(詩苑)』 동인으로 시작 활동을 시작했던 모윤숙은 일제하에서 한때 민족적 색채가 강한 시를 발표하기도 하고, 창씨개명에도 반대하는 등 저항적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으나, 결국엔 일제의 압력과 회유에 굴복하여 친일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해방 후에는 철저한 반공주의자로 변신하여 당시 최대의 문학지인 『문예』를 창간하고 민족주의 ·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현실 의식이 짙은 작품을 발표한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모윤숙은 김윤성·공중인 등과 함께 비상국민선전대에 참가하여 많은 격시(檄詩)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모윤숙은 문학뿐 아니라, 정계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여 유엔 총회에 한국 대표로 참석하여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큰 공헌을 했으며, 1972년에는 공화당 전국구 국회의원이 되기도 하였다.

이 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전쟁을 제재로한 계몽시이다. 이 시는 6.25 때 광주 산곡에서 총상을 입고 죽어 가는 어느 국군 소위를 발견한 화자가 그의 애국·애족심을 명확한 시어와 강한 호소력의남성적 어조로 노래한다. 이 시는 전 12연의 자유시로 기·서·결의 세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죽은 국군 소위가 말하는 대목을 중심으로 하여 그 앞뒤에 서사와 결사를 결합한 형식이다.

1~3연의 기 단락에서 화자는 외딴 골짜기에서 발견한 국군 소위의 시신에서 아직 식지 않은 피를 바라보며 엎드려 그 젊은 주검을 통곡한다.

4~11연의 서 단락은 죽어 국군 소위가 남기는 유언이지만, 이것은 실제로 그가 하는 말이라기 보다는 죽은 시신에게서 화자가 떠올린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는 25세의 대한민국 아들로 숨을 마친다. 나는 용감하게 원수의 하늘까지 진격하고 싶었다. 나는 내 부모, 동생, 사랑하는 소녀 등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이 땅에서 살고 싶어 용감하게 싸웠다. 그러나 나는 군복을 입은 채 이름 모를 골짜기에서 죽어 나이팅게일의 영원한 벗이 되었다. 바람이나 새들에게도 이르고 싶다. 내 나라의 동포들이여, 나를 위해 울지 말고 조국을 위해 울어 달라. 내가 이루지 못한 소원, 물리치지 못한 원수를 갚기 위하여 무덤도 시체를 담을 작은 관도 사양하겠다. 행복해질 조국을 기다리며 내 나라의 한 줌 흙의 되는 것이 나의 소원이다.’

12연의 결 단락은 3개 연으로 이루어진 기 단락을 하나의 연으로 만들어 채배치함으로써 수미상관의 구성으로 극적 효과를 높이고 있다.

 

 

 

[작가소개]

모윤숙(毛允淑)

영운(嶺雲)

 

1910년 함경남도 원산 출생

이화여자전문학교 문과 졸업

1933년 『시원(詩苑)』 동인

1949년 『문예』 창간

1954년 국제 펜클럽 한국 본부 창립에 기여

1955년 한국자요문학가협회 시분과 위원장 및 문총 최고 위원

1970년 한국문인협회 부위원장

1973년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장

1990년 사망

 

시집 : 『빛나는 지역』(1933), 『옥비녀』(1947), 『풍랑(風浪)』(1933), 『정경(情景)』(1959), 『빛나는 지역』(1962), 『풍토』(1970), 『논개』(1974), 『렌의 애가』(1981),

『모윤숙 전집』(1970),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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